사회복지사가 꿈꾸는 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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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복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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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회
- 작성일
- 24-06-01 22:46
본문
2007년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받고 사회복지관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직업으로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한다는 것에 포부와 자부심을 갖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업무의 상당 부분이 행정이었고, 여러 관계속에서 서로의 필요를 채우는 사업을 수행하며 그 안에서 순수한 보람을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렇게 15년이 넘는 기간 사회복지사로 여러 기관에 근무하고 세월이 흘러 중간 관리자가 되면서 차츰 대상자를 직접 만나지 않는 관리와 행정적 업무 비중이 늘어나며 처음에 생각했던 사회복지사의 마음보다는 회사원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습에 아쉬움이 커져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책 제목 '사회복지사가 꿈꾸는 사회복지'. 뭔가 본질적이고 순수한 무엇가를 제시받을 수 있을것 같은 희망을 기대했다.
기대와는 조금 다르게 책의 내용은 저자 역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행정적 한계에 대한 아쉬움과 현재 사회복지관 등을 주축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방식이 아닌 무형의, 미래형 사회복지에 대한 시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유일하게 AI가 침범하기 어려운 영역이 "휴면서비스"영역이라고 알려졌으나 최근 통신사 등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정서 서비스가 확대되며 휴먼서비스 역시 시대 흐름에 따라 디지털과 AI의 영역으로 변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사회복지는 어떻게 변화할까 궁금해진다. 저자가 시도한 제주도의 변형된 사회복지 방식은 시범 단계에서 마무리 되었으나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사회복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사회복지', '휴먼서비스'의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것을 추구하며 어떤 것을 이루어내야 할지....
저자는 말 한마디, 단어 하나, 행동 하나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책을 통해 절절히 느껴진다. 특히 사회복지철학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독자로 하여금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복지연대 회원들에게 적용해 보았다.
사회복지 철학은 사회복지의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알고 있는 사회복지의 역사와 지식, 경험에 대한 자기반성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사회현상에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사회복지사의 철학적 자세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철학이 있는 사회복지사라면 주어진 상황에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질문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사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칸트Immanuel Kant가 제시한 철학의 영역을 결정하는 네 가지 질문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칸트의 질문은 '나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바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이다. 이 질문을 복지연대 관점에서 다시 정리해보자. '복지연대 회원은 무엇을 알 수 있을까?'는 사회복지사의 지성이 아니라 이성의 한계에 대한 질문이다. '복지연대 회원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사회복지사의 행위나 실천 목표를 결정하는 질문이다. '복지연대 회원이 바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는 사회복지사의 신념이나 가치 기준을 판단하는 질문이다. 이 세 가지 질문은 '복지연대 회원이란 무엇인가?'로 축약할 수 있다.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서사원 지원조례 폐지 공포,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 발의와 이에 대한 서울시의 무대응은 복지연대로 하여금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와 동시에 복지연대 정체성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사회적인 편견으로 인해 정신질환자는 더 이상 우리의 이웃이 아니다. 같은 장애인이면서 정신장애인은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장애인도 있다. 정신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지만, 알면 알수록 그들은 위험한 대상이 된다.
정신과 치료를 꾸준하게 받고 증상관리를 잘하는 정신질환자는 지역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숨어지낸다고 하는 것이 적절할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내가 여기에 있다고 알리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생겨도 손해를 보거나, 참아가며 조용하게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질환자의 회복을 지원해야 하는 ‘정신재활시설’이 지역사회에서 설 자리를 찾기란 너무나 어렵다. ‘정신재활시설’이 이전을 한다거나, 새로이 설치가 된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지역주민은 식음을 전폐하고 반대 투쟁에 돌입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지역사회의 님비현상으로 인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회복지원은 너무나 요원하다. 더욱이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은 지역주민의 반대와 지자체의 무관심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그리고 복지서비스가 대면이 아닌 온라인상에서 지원되는 현장을 체험하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가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틀에 갇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상복지관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 없는 복지관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존재했었고, 운영도 했었다. 다만, 여러 이유에서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지역사회 님비현상으로 인해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정신재활시설’은 꼭 필요한 요소이다. ‘스마트 정신재활시설’, 하드웨어 없이도 지역사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질환자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처럼 사회복지사가 꿈꾸는 사회복지는 한계가 없다. 무궁무진하다. 방법을 찾으면 방법이 보이듯이 사회복지사는 더 나은 현장을 위해 항상 꿈꾸고 그려야 한다.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현실 속에서 사회복지사가 꿈꾸는 사회복지를 만들길 위해 행동하며 나가야 한다.